2024. 8. 5. 21:52ㆍ크래프톤 정글 5기/에세이
크래프톤 정글 5기 수료식을 마치고, 본가로 돌아왔다.
지난 에세이 작성 이후의 경험들을 짧게 정리할 예정이다.
pintOS (3주 + 2주)
총 5주 기간 동안 pintOS 프로그램을 통해 OS 구조, 작동 방식과 같은 전반적 지식을 직접 경험하며 배웠다.
어디까지 도달해야 한다는 표지판은 있지만, 그 목표까지 어떻게 도달할지는 팀, 개인마다 모두 달랐을 것이다.
전역 변수를 몇 개 선언할 지, Lock, Semaphore는 언제 어떻게 설정할 지와 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고, 개인마다 새로운 문제를 마주했을 때 해결하는 방식도 모두 달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좋은 팀원들만 만나게 되어, 다양한 문제 해결 방식을 느낄 수 있었고 '시간이 눈 깜짝할 새 흘러간다'는 진부한 표현을 몸소 느끼게 된 기간이였다.
5주 간 인상깊었던 포인트는 OS 작동 방식이 발전하게 된 과정을 직접 느낀 것이다.
첫 번째 동작 목표를 구현하니 발견하게 되는 문제점, 새로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루트, 작동 방식에 따른 장점과 단점은 분명히 존재하기에 '상황 별 최적의 방식은 존재하지만, 무단점의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와 같은 점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만들 것인가?, 또는 기존 방식에서 약간의 우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아니면 해당 문제를 최소화 한 뒤 다른 지점에서 문제를 덮는 성능 향상을 낼 것인가?' 같은 고민을 하게 되었고 이는 OS에 한정되지 않은, 삶에서 마주할 모든 문제에서 내가 고민해야 하는 갈랫길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임워크 준비기간 (1주)
크게 BE, FE 둘 중 관심 있는 건 FE였기에 React로 간단한 CRUD 형식의 사이트를 제작했다.
살면서 처음 다뤄보기에 당연히 깊이는 부족하겠지만, 나는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다.
GIT : https://github.com/ryyugang/KJ_W13/tree/main/react/prepare_react
이 기간에 나만무 리더 지원, 팀원 형성이 모두 포함되어 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pintOS 기간부터 팀장으로 나만무 기간을 보내고자 했고, 만들고 싶었던 프로젝트가 명확했다 (음악 SNS).
팀장이 되고싶었던 이유는 크게는 3가지였다.
1. 미래에 누군가를 이끌 때 느낄 책임감을, 작은 규모이지만 느껴보고 싶어서
2. 팀장의 자리를 맡게 된다면, 가장 빠르게 프로젝트 시작과 끝까지 필요한 부분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3. 내가 하고싶은 주제의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서
조잡하지만, 내가 만들고 싶었던 프로젝트에 관해 조금씩 작성해가며 구체화시키려고 노력했다.
https://expensive-thread-803.notion.site/TEMP-ef9d7ed3ba5b4daab3253b990d85f814
'나의' 팀원 섭외는 이 기간에만 이루어지지 않고, pintOS 막바지 쯤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주로 내 자리와 가깝게 앉은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리 나만무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팀원 섭외로 이어지게 되었다.
누군가는 '미리 팀원을 섭외하는' 나의 행동이 공정하지 못하다며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왜 나에게는 같이 하자고 말하지 않았나?'와 같은 서운한 마음을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미안합니다 행복하세요)
팀장 지원자 면담 이후 준비기간 (1주)이 끝나갈 무렵 팀매칭이 마무리되었고, 기존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팀원과 나만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나만의 무기 만들기 프로젝트 (5주)
GIT : https://github.com/Jungle-Team3-Olympus
내가 팀장이 되고싶었던 이유중 하나였던 '원하는 주제로 프로젝트 하기'를 빠르게 포기했다.
프로젝트 주제로 고려해야 할 것은 크게 세가지였다.
1. 5주라는 한정된 기간
2. 최종 시연을 할 때 관객들 앞에서 보여줄 만한 컨텐츠
3. 기술적 챌린지 요소
음악 SNS라는 주제는 한정된 기간과 최종 시연이라는 두가지 고려사항에 적합하지 않았고,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다.
간단한 기획안을 몇개 가져가야 했고, 회의 끝에 이 주제들 중 게더타운 느낌의 인터페이스 위에 프로그램 학사관리 시스템을 얹은 서비스로 정해졌다.
(바뀌게 된다)
사용할 프레임워크는 최대한 팀원들의 개인적인 사용 희망 사항들을 모두 적용하고 싶었다.
팀원 모두 당장 프로젝트 끝나고 이력서를 작성할건데, 한명이라도 굳이 희망하지 않는걸 밀어붙여서 프로젝트가 별 의미 없는 시간이 되지 않았으면 했기 때문이다.
나까지 5명의 인원이였고, 적절한 인원분배 ( FE 희망자 3 BE 희망자 2 )가 이루어졌다.
나는 AWS, Phaser와 시간을 많이 보냈고 React, Nest, Spring Boot, OpenVidu 영역은 다른 팀원들이 정말 열심히 수고해주었다.
정말 아쉬웠던건, 나만무 프로그램 첫번째 주에 있는 AWS Q/A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그때는 그냥 인스턴스만 몇개 띄워놓고 말았는데 그때 다양한 걸 물어보면 좋았을 걸 !!
첫 주제 선정 이후 몇번의 발표와 피드백, 회의를 거쳐 '2D 메타버스에서 경험하는 중고거래 서비스'로 주제가 약간 바뀌게 되었다.
2D 메타버스 인터페이스 구축까지는 좋은 아이템이라고 느꼈지만, 어떤 장르로 파고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제 자체에 대한 확신이 없어져서 많이 흔들렸던 것 같다.
심지어 멘토님이 '해당 주제를 진정으로 하고싶었던 인원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아무도 선뜻 대답하지 못하면서, '내가 무언가 크게 잘못하고 있다'는 압박감과 '나때문에 멘토님은 우리 팀원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겠구나' 라는 미안함이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멘토님이 덧붙이신 피드백 중 내가 이해하기로는 '의사결정은 확실히 한명히 해라' 와 같은 내용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내가 완전 착각하고 있었구나 싶었고, 나의 부족함을 너무나 드러낸 것 같아 부끄러웠다.
교육 프로그램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니까, 주제, 프레임워크와 같은 영역은 최대한 모든 팀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변명했으나 '내가 확신이 없으니까 팀원들에게 내가 들어야 할 짐을 떠넘겼다' 라는 죄책감이 들었다.
이후에도 스크립트를 짜지 않은 채 발표를 진행했다가 원장님에게 엄청난 질타를 받고, '지난주에는 조금 더 하면 될 것 같았는데 이번 주 발표를 보니 실망스럽네요' 와 같은 피드백을 받으며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꽤 받았다.
이런 부정적인 순간들을 겪고 팀원 모두 밤을 새가며 정말 열심히 프로젝트 기간을 보냈다.
중간중간 수박 화채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야식도 정말 정말 자주 시켜먹었다.
역삼 크래프톤에서 최종 발표를 큰 문제 없이 마치게 되었고, 팀원들에게 감사하고 후련했다. 두번째로 발표하게 되서, 다른 팀 발표를 편하게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리고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기수 당 3개씩 올라가는 홈페이지 프로젝트 란에 우리 프로젝트가 올라가게 되어 행복했다. 진짜 !
마치며
프로그래밍을 본격적으로 배우는 첫 순간이 크래프톤 정글 프로그램이여서 좋았다.
알고리즘이 뭔지 배우고, C언어로 자료구조를 배워보고, OS 동작 및 발전과정을 직접 경험해보고, 5주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독학이였으면 경험에 오래 걸렸을 시간을 상당히 많이 단축시켰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이 개발직군 취업에 직접적이고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 프로그램을 듣고 컴퓨터로 뭔가 만드는 것에 흥미를 얻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만들고 싶은걸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은 얻었다.
2월 말쯤 합격 소식을 전해듣고 안도했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 나는 SSAFY 면접에서 불합격 통지를 받고, 크래프톤 정글 면접도 망쳤다고 생각해서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갈 생각을 했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왜 크래프톤 정글에 참여해야하는지 스스로에게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1. 프로그래밍으로 뭔가 만들어서 사업을 하고싶은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몰라서
2. 졸업은 했고 집에만 있기 뭐하니까, 뭐라도 배우면서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아서
3. 컴퓨터로 뭔가를 하는건 흥미가 있어서
4. SSAFY 면접에 떨어진 이유가, 해당 프로그램에 내가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내가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는걸 증명하고싶어서
이러한 생각들이 모여서 지원서를 내고 입학 시험을 치고 면접을 봤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때의 내가 최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정글 프로그램을 마치고 나니, 이제는 '~까지 도달하세요' 와 같은 표지판이 보이지 않는다.
우선 협력사에 이력서를 공들여서 지원해볼 예정이다. 협력사 지원은 '정글에서의 나'를 평가한다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협력사 이외의 일반 회사 개발 직군 채용에는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을 것 같다. 우선 뭔가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더 크다.
내가 불편했던 것들, 가족 구성원이 가진 직업에서의 불편한 것들.. 이렇게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며 만들고자 하는 것을 정할 예정이다.
프로젝트에서 내가 만들고자 했던 음악 SNS는.. 그때는 뭔가 엄청 혁신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왜 저걸 만들고 싶었는지 스스로에게 설명이 더 필요한 주제인 것 같다.
정글에서 만난 사람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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